HOME> 도서목록
 
 
 
 




   
[이주노동자] 유령들의 수다
지은이 서선영 변정필
출판일 0000-00-00
ISBN
가격 0원
 
             
이주노동자라는 단어를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산재, 임금체불, 폭행, 단속, 강제 추방 등의 문제를 떠올리고 인권침해와 열악한 노동조건을 생각할 것이다. 또 운동진영에서는 신자유주의 세계체계 속에서 그 문제들을 가장 첨예하게 보여주는 존재이자, 여성, 장애,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운동진영이 포괄해야 할 중요한 조직대상으로 바라본다.

물론 그 어느 것도 틀리지는 않다. 하지만 정작 한 발자국만 깊게 들어가면 이주노동자에 대한 이해의 폭은 너무나 낮은지도 모른다. 영어로 말 안 해도 돼나요? 음식은 뭘 드시는지? 한국 생활은 어떠세요? 이슬람에서는 담배를 금하지 않나요? 한국인과 결혼하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죠? 등등 일상의 문제에서부터 산업 연수제, 현지법인 연수제, 고용허가제, 미등록이주노동자, 시민권, 영주권, 국제결혼 등등 이주와 관련된 대한민국의 정책에 이르기까지 실상 조금만 들어가 보면 복잡하고 낯선 내용인 것은 사실이다.

세계체계 속에서 이주노동을 어떻게 볼 것이며, 남한사회 이주 운동의 역사와 노동운동으로서의 전망 그리고 본국으로 돌아간 이주노동자들과의 연대와 노동자국제주의에 대한 고민 등등 “이주에 대한 종합적 이해”를 위해 다루어야 할 주제들은 참으로 많다.
많은 욕심을 접고 또 접고, ‘현실적으로’ 우리는 “유령들의 수다, 2006”에서 이주의 출발, 노동, 투쟁, 사랑 그리고 미래에 대해 2006년 현재 시점에서 담을 수 있는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이주노동에 대한 이해는 주관적인 개인의 경험과 객관적인 사회, 경제적 체계를 통해 가능할 것이고 따라서 이주노동자들 자신의 경험에 근거한 이야기들과 관련제도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함께 담으려고 한다.

특히 그동안 이주와 관련하여 출판된 다른 책들이 갖고 있는 한계, 즉 이주노동자에 대한 대상화, 타자화, 감정에의 호소를 뛰어넘는 시도로서 친밀도가 높은 이주노동자들과 정기적인 만남과 프리토킹을 통해 함께 책을 써 나갈 것이며, 다소 낯선 구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가제를 “유령들의 수다, 2006” 이라고 잡은 것은 한국사회에서 노동하며 살고 있는데도 마치 유령처럼 인정되지 않는 이주노동자들과 두 명의 한국인 활동가가 2006년의 시점에서 함께 모여 나눈 이야기들을 담을 것이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삶을 통해 이주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를 도울 수 있고, 아직은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시혜적인 관점과 ‘대한민국’을 중심에 놓고 다민족, 다문화를 이야기하는 이 ‘대세’에 입장을 밝히는 책이 되기를 기대한다.

책 쓰는 방식

이주노동자와 관련하여 여태껏 나온 책들은 ‘몇몇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정부 측 입장을 지지지하는’ 연구자들의 논문형태, 외노협 활동가들이 쓴 수기를 넘어서는 것이 거의 없다. 이주노동자들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쓴 적이 없다. 그러다 보니 왜곡되거나 심하게 타자화 된 경우가 많다.

“유령들의 수다,2006”에서는 이주노동자들 자신의 이야기가 거의 가감 없이 담길 것 그리고 그와 관련된 이론적인 접근을 쉬운 언어로 풀어쓰는 것의 혼합된 형태를 지향한다. 5-6인, 때로는 더 많은 인원의 ‘친밀한’ 이주 동지들과 함께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기술할 것이다. 물론 한국인인 쏘냐와 비파나의 글로 쓰여 지기 때문에 두 사람의 시선과 입장이 중요할 수밖에 없겠지만, 무엇보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던 이주동지들의 감성, 스토리, 입장이 고스란히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데 깊은 의의를 두고자 한다.